제주도 홀로 여행 2일차 - 추천합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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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여행

제주도 홀로 여행 2일차 - 추천합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꿈꾸자인생 2015. 3. 1.

 

제주도 여행

 ◇ 제주도 홀로여행 2일차 ◇

 

 

그 곳을 잠깐 떠올리는것 만으로도 그 때의 기억이 가슴 뭉클했던 따뜻한 추억이 되어 돌아오는 곳이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주도 여행 이야기를 꺼내면서 언제나 했던 말이 있었는데 바로 "게스트하우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곳에서 꼭 하룻밤 보내고, 제주도 갔으면 '우도'는 무조건 가야되." 라는 말이었다. 생각만으로 첫사랑 추억처럼 설레고 웃음지어지는 그곳, 여전히 제주도 여행에서의 신의 한수였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바로 그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포스팅 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산방산으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예약한 그곳'
 
걸어도 걸어도 나오지 않는 산방산 가는 길목에서 잠깐 가던 길을 멈추고 어느 백사장 한가운데에 짐을 내렸다. 가방을 등받이 삼아 기대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산방산 도착에 혈안이 되어 막무가내로 앞만보고 걷다보니 불현듯 오늘 밤에 잘 숙박이 걱정되었던 것이다. 이곳 저곳 살펴보다가 우연히 찾은 어느 한 게스트하우스. 무엇보다도 도무지 나쁜평을 찾아 볼 수 없는 다른 블로그들의 후기에서 '아 제주도에서의 마지막밤은 여기서 묵어도 손색없겠다'란 생각에 이르게되었고. 바로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전화에서조차 배려와 친절이 깊게 베어있는 사장님 말투에서 다시한번 확신을 얻고 나도 모르게 내 선택에 대한 만족을 한가득 품고 다음 여행을 했던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와의 첫만남'
 

 

오후 6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 하지만 게스트 하우스가 있는 '폭낭사거리' 버스정류장은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 앉은 한밤중이었다. 두꺼운 패딩과 커다란 배낭으로 덩치를 두배는 부풀린 멀쩡한 장정이었지만, 오가는 자동차하나 쉽게 찾아보기 힘든 적막한 그곳에서 괜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모 이래? 설마..위험한곳은 아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는 701번 제주도 동일주버스를 타고 '폭낭사거리' 버스정류장 하차 후, 길건너 마트가 보이는 골목쪽으로 10분정도 쭉 가다보면 오른편에서 볼 수 있다.

 

 

멋스럽게 쌓인 커다란 제주도 돌담이 그곳으로 향하는 바람을 든든히 견뎌내고 있었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소문난 맛집으로 보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순박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의 1층짜리 건물이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다. 적막한 폭낭사거리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이곳을 찾던 중, 은은한 조명으로 게스트 하우스 간판을 밝혀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의 첫 느낌은 마치 애니매이션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하쿠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센이 찾아간 유바바(마녀) 친언니 집을 연상케 했다.

 

 

이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의 내부 인테리어는 사장님께서 손수 작업하셨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사장님이 미대를 졸업하셔서 이런 부분에 재능이 있으셨고, 게스트하우스 전반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는 체스무늬의 커다란 테이블역시 사장님 작품이었다. 이곳에서 그날 밤 사장님식구들, 친구분들,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는 사람과 정말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이지 감히 최고라 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사장님이 직접 작업하신 작품들. 어떻게 저런 작품을 생각해 냈을까..예술가의 의도는 언제나 어렵지만  이 곳에 어울리는 색깔임에는 분명했다.

 

 

다른 블로거들의 평과 비슷하게,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아쉬운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층 침대 세대가 옹기 종기 모여있는 남자방에는 각 침대마다 개인스탠드는 물론, 콘센트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행을 하다보면 콘센트가 부족해서 난감할때가 종종있는데, 멀티텝 하나를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눠쓰다보면 결국 내가 쓸 콘센트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침구마다 하나씩 콘센트가 있으면, 핸드폰과 카메라충전을 걱정없이 할 수 있어 매우 좋다. 숙소에 머무르는 여행자의 입장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화장실도 나쁘지 않았는데, 남자 화장실은 남자방 바로 옆에 따로 준비되어 있고, 여자화장실은 여자방 내부에 있다고 한다. 깔끔하고, 헤어 드라이기에서부터 세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비치가 되어 있으니, 고단했던 여정을 씻겨내는 데에는 부족함은 없었다.

 

 

늦은 밤중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주변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이른 아침 게스트하우스를 나오면서 찍은 폭낭사거리의 모습은 간밤에 느꼈던 적막하고 쓸쓸한 거리가 아니라 아늑하고 평화로운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었다.

 

▲ 사진속에 보이는 사거리에서 분홍빛 건물이 마트가 있는 건물인데, 대로변 말고 마을이 있는 오른쪽 골목으로 가다보면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언제나 느끼지만, 여행에서 이른 아침(8시이전)의 시원한 공기와 평화로운 풍경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와 버스정류장 가는길에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가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담벼락을 넘어 달려 있는 귤을 직접 내 손으로 따서 바로 한번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고민고민하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하나 몰레 따서 먹은것. ▲ 저 위의 사진은 귤나무에서 바로 귤을 딸때 꼭지부분 껍질만 벗겨서 뽀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귤의 모습이다. 맨날 사먹기만 했던 귤을 실제 길가다가 주워먹는 꼴이 무슨 정글에서 파인애플 발견해서 먹는 기분? 이랄까. 너무 신기했었다.


 

'서울촌놈. 다른 세상 사람에 푹 빠지다.'

이곳에 연이 있었나보다. 내가 갔을때 마침 게스트하우스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어, 그날부터 손님을 받았던 것이다. 다른 예약 손님이 없었기 때문에 숙소에 왔던 사람은 고작 나와 어떤 여자한분이었다. 밤 8시 정도에 나를 포함한 투숙객 두명과, 사장님 식구들, 그리고 친구분들 모두 함께 게스트하우스 내부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 앉아 샤브샤브를 먹었다. 오가는 술잔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만히 듣고 있는데, '와 마치 딴 세상온 기분'이었다. 서울 근교에서 직장생활 하고 있는 나같은 평범한 회사원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운들임에 분명했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란 책이 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그 순간은 마치 지리산자락에서 공지영작가가 만난 버들치시인 및 여러 캐릭터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 나와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 사장님은 홍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다 5년전부터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중이셨던거고, 3년전 나처럼 이곳에 놀러왔다가 사장님 가족이 사는 모습에 매료되어 서울을 떠나 이곳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 둥지를 튼 잘나가는 광고업계 부장님이셨던 분도 계셨고, 또 함께 숙소에서 머문 여성분의 스토리로 기가막혔던게, 하던 일을 관두고 몇달동안 서울에서부터 제주도를 거쳐 강원도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던 중 이 곳을 찾은 것. 각자의 사연이 참 평범한 구석이 없으니, 서로 할 말이 너무 많아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오히려 나같은 평범한 사람은 '이 곳이 내가 있을 곳이 맞나'라는 의구심과 함께 색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이 너무 설레였던것. 난 그냥 별말 없이 듣는것만으로도 새롭고 재밌고, 진짜 활혼했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 맛,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사람들의 정, 새로운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내 제주도 여행의 가장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최고의 기억을 선물해준 사장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몰래 '너무 좋은 곳이다'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겨두고 왔는데, 보셨을런지..이렇듯 여행은, 바쁜 생활을 하면서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던 고마운 마음들을 그 자리에서 여과없이 표현할 수 있는 여유를 안겨준다. 인생에서 또다시 만날일이 있을까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남겨두고 이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스트하우스를 떠난 내 못습을 보면 놀랍다.

제주도로 여행을 다시한번 가게 된다면 또 한번 반드시 들를 곳이며, 이곳을 크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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