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러한 상실을 겪는다. 책 상실의 시대를 읽고.(연애소설, 무라카미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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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러한 상실을 겪는다. 책 상실의 시대를 읽고.(연애소설, 무라카미하루키)

by 꿈꾸자인생 2021. 1. 19.

무라카미하루키_상실의시대_책서평_책후기

 

 

 

노르웨이 숲이란 원제목이 우리나라에 출판되며 '상실의 시대'라는 타이틀로 바뀐 책. 

연애 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 책을 친구의 추천으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문학이나 글, 독서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나는  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정말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읽어 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읽어 내려간 책의 후기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써내려가 보도록하겠다. 

 

 

 

 

상실의 시대란 책을 처음 추천 받았을 때의 느낌은?

역시나 백지상태에서 히가시노게이고의 '편지'라는 소설책을 읽고 크게 감명받은적 있는 내가, 편지란 책을 친구에게 소개시켜주었을 때, 그 친구는 나에게 '상실의 시대'라는 책을 추천해 주었다.  '상실의 시대'. 그 당시 제목이 특이하긴 했지만 어디에선가 익히 들어본적이 있었는지 그리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꽤나 미루어 온 책인것 같으니, 이제 한번 읽어 봐야 할 타이밍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부끄럽지만, 사실 상실의 시대라는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이 '시대'라는 단어 때문에 뭔가 '역사적인 시대적 사실'이 들어간 책인가라는 오해와 함께 책을 만나기 전부터 '지루할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미루어 온 책' 같다는 점에서 읽어보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본 이 책은 정말 순수하게 '연애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젊은 날의 풋풋하지만 정말 이불킥할 정도로 절절하고 어리숙햇던 나의 연애사와 꽤나 닮은 구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금 내가 한 말 속에, 내가 이 책에서 느낀 거의 모든 것이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왜 내 젊은 날의 연애사를 떠올리면서 '풋풋하고 좋았던 기억임에도, 다른한편으로는 이불킥할 정도로 절절하고 어리숙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 

 

 

 

아무튼 연애소설이기 때문에, 책을 통해 나는 나의 젊었던 청춘을 떠올려 과거 나의 연애사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추억에 깊게 잠겨볼 수 있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 책은 연애소설이긴하지만 나의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다시금 발동시켜주는 그러한 류의 책은 아니란 것이다. 단지 나의 과거 연애추억들을 하나 둘 들추어 보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풋풋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미소짓게 하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풋풋한 시간은 이미 지나간 과거라는 점에서 마음을 먹먹하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주제로 쓰여지 않았는가. 우리에게 '상실'이란 단어는 그리 밝은 이미지가 아니다. 때문에 책 저변에는 약간의 어두움이 깔려있다. 아니. 어두움이라기 보다는 희뿌연 안개 속에 위치한 불명확성에 대한 혼란스러운 기운이 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글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상실의 의미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보면 쌩뚱맞게도 마치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졌던 '잃어버린 10년'을 연상케한다. 굉장히 어둡고 암울한 느낌의 제목이다. 그런데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상실'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을 단순히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십대에서 20대 초반, 주인공이 겪게되는 다양한 상실감들. 이라고 말이다.

 

 

 

그 시기에 겪는 다양한 상실감들을 바로 '상실의 시대'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실'은 사실, 소설속의 주인공 뿐만이 아니라 젊은 시절 우리도 누구나 겪어볼법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시대'라는 단어와 묶어 사용한것 같다. '살아가다보면 우리 모두는 누구나 그러한 시기를 겪지'와 같이, '그 시기에는 당연히 경험하는 공통적인 시대적 배경' 혹은 '공통된 역사이다' 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한 제목 설정이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이다.

 

 

 

가령 이러한 것이다.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10대 때 그의 가장 친한 친구 기즈키를 잃게 된다. 기즈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첫번째 상실'이다. 이후 우연히 기즈키의 여자친구였던 나오코와 재회하여 그녀와 사랑에 빠지지만, 나오코는 여러가지 이유로 좀처럼 마음을 열지 못하게 된다. 와타나베가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결코 그녀의 마음을 열 수 없는 상황속에서, 그녀의 마음을 기다리는 공허한 시간의 지속. 나는 이를 '두번째 상실'이라 생각했다. 나는 '기다리는 사랑', 혹은 '내 쪽의 마음이 훨씬 큰 사랑'을 해본 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방의 애정을 느끼지 못할때의 '상실감'은 정말 컸다. 상대방의 마음에 닿았다고 생각했다가도 다시 없다고 느끼는 상황. 이것과 비슷한 상황속에 처해 있는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한 상실감이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나오코의 마음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너무나 밝고 지속가능한 사랑이 가능한 미도리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독자인 내가 봤을 때, 나오코라는 인물과의 사랑은 마치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뜬구름과도 같은 사랑' 이었지만, 미도리라는 여성과의 사랑은 '쌍방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실제적인 사랑'이었다. 엄청나게 특이한 매력을 가졌지만 평범하지 않은 여자가 나오코라면, 그렇게 평범하지만 분명 행복을 함께 일구어 나갈 수 있는 여자는 바로 미도리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결국 미도리를 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조차 맞는 선택인지 알지 못하는 눈치이다. 그저 나오코라는 허상과도 같은 인물을 마음에 먼저 담아 두었으니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나오코와의 관계만을 쫓는 느낌.

 

 

누가 보아도 서로의 삶을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관계는 나오코가 아닌 미도리와의 관계인데, 첫사랑? 혹은 나오코가 가진 특이한 분위기의 매력, 우연히 만들어온 운명적인 사랑? 등의 생각으로 허상과 같은 나오코라는 인물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쫓는 느낌인 것이다. 이러한 혼돈의 과정에서 주인공인 와타나베의 마음은 '점차 사라져 결국 그 어디에서 없게 되었다' 라고 느껴졌다. 이 두 여성인물 사이에서 사랑에 미숙한 어린 남성이 갈팡질팡하고 한없이 어려워하는 그 시간들을 나는 '세번째 상실'이라 생각해보았다. 사랑을 움켜 쥘 수 있는 미도리와의 관계까지 점차 희미해져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번째 상실'은 그도록 좋아했던 나오코가 결국 죽게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섯번째 상실'은 나오코가 죽은 후 '그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번호를 눌러 '미도리'를 다시한번 간절하게 찾아헤매던 마지막 장면서 찾아보았다. 상식선에서 보면 나오코로 인해 미도리를 그렇게까지 기다리게하고 마음아프게 한 이후 다시금 미도리가 그리워 찾는다 라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면서도 그래선 안되는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글 서두에 이불킥할 정도로 어리속한 연애 시절을 담았다고 말한 것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미도리를 다시 찾는 행위조차 큰 고민 없이 즉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자기감정에 못이겨 너무나 갑작스럽게 하게 된다. 그리고 말한다. '나 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라고.

 

 

 

결국 혼돈속인 줄 알았음에도 빠져나올 수 없었던 나오코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이후 나오코의 죽음. 이과정에서 그 동안 미도리란 여성을 방치해 두고 본인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던 이기적인 시간. 그럼에도 본인이 가진 공허한 마음을 채워줄 미도리란 인물과 다시 만나야만하는 비상식적인 태도.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태도 속에서 주인공조차도 본인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혼돈속에서 결국 나는 누구이고 나는 어디에 있는가와 같이, 스스로를 잃어버린 느낌. 나는 이것을 다섯번째 상실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글 서두에 이야기 한 것처럼,

'상실'이라는 단어는 어둡긴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상실이라는 분위기는 단순한 어두움이라기 보다는 희뿌연 안개속에 위치한 나자신에 대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정답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떠한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지. 사랑에도 상식과 매너와 배려가 필요한 것인지 몰랐던 젊은 날의 '시대'가 있지 않는가. 젊은 날 사랑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누구나 겪는 그 시간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마냥 어둡지 않고, 되려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혼란스러웠던 그때의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무리

두께가 있는 책이었지만, 너무나 몰입해서 보게된 책이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여러 사람들이 분석해놓은 책의 서평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보고 나는 '이 책이 이 정도로 문학적 가치가 있는 대단한 책이었나'와 같은 놀라움을 느끼는 한편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책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아마도 한권의 책. 그리고 몇 안되는 등장인물들만으로도 우리의 젊은 시절 겪었던 풋풋하고 어리숙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쓰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히가시노게이고의 '편지'라는 책만큼 몰입도가 있었고,

편지라는 책과는 또 다른 주제로 '상실의 시대'라는 일본 소설을 알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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