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홀로 여행 2일차 - 송악산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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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여행

제주도 홀로 여행 2일차 - 송악산 가는 길

by 꿈꾸자인생 2015. 2. 22.

 

제주도 여행

 ◇ 제주도 홀로여행 2일차 ◇

 

 

 

사자를 집어삼킨 제주도의 밤바다

제주도 홀로여행 2일차. 간밤에 알게된 제주도의 밤바다는 정말이지 쳐다보기 힘들정도로 매섭게 느껴졌다. 늦은밤 화장실을 가기위해 나온 숙소 밖은  해안가에 접해 있는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쉽게 바다를 볼 수 있다.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린 오밤중, 좋지 않은 날씨속에 바다가 천둥을 치듯 사나웠고, 그 자리에 선 나는 참으로 무기력하게 느껴지면서 바다를 바라보기 힘들정도로 무서웠다. 볼일을 다 보고는 마치 귀신이라도 볼까 바닷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5미터 남짓에 위치한 숙소로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제주도의 하루가 저물어 갔다.

 

동절기. 오후 5시면 제주도는 문을 닫는다.

내가 제주도 여행의 첫날밤을 보내면서 알게된 사실은 동절기 제주도에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오후 5시까지라는 것이었다. 모 오후 5시 이후에 돌아다닌다고 누가 잡아가는건 아니었지만, 이 시간 이후에는 날이 너무 어두워져 여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홀로 여행을 떠난 사람에게는 더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동절기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한 오후 5시이전까진 부지런히 여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튿날 나는 홀로 여행자들에겐 은총이라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조식을 마다하고 아침 7시가 좀 넘어 숙소를 나왔다.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제주도 여행을 조금이라도 빨리 시작해야한다는 마음에서 엿다. 숙소를 나와 코앞에 위치한 해변으로 갔다. 여전히 바다는 흐린날씨속에 사납게 울부짓고 있었다.

 

 

뚜벅이로 1시간 반시간여를 해맸던 송악산 가는길.



송악산은 702번 서일주버스를 타고 모슬포 우체국 앞에서 내려(한담동 버스정류장에서부터 2시간정도 소요), 내린곳에서 택시를 타고 5분 가량가면 송악산 입구까지 쉽게 갈수 있다. (택시비 : 6000원) 일찍 숙소도 나왔겠다, 아침공기가 자못 상쾌했다. 지난밤 숙소에서 송악산 가는길을 어설프게 알아봐 하모 2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는데, GS25 편의점을 끼고 좌측으로 직진하니, 마침 표지판에 송악산 5.2km라 적혀있더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여서 뚜벅이를 자청하고 1인 여행자 코스프레를 하기로 먹었는데, 그것이 무려 1시간 반동안 모슬포 시내를 헤매게 한 단초가 될 줄이야..


 

▲ 저 표지판. 송악산 5.2km 믿고 뚜벅이를 자청했으나..가다보이 송악산 이정표가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1시간 반을 헤맨 내 소중한 시간..아침밥도 거르면서 걸었는데 이미 버스가 다니는 대로변을 벗어난지 오래..되돌아가려면 그만큼을 또 걸어야 한다.! 얼마나 멘붕이었을지 상상이 가는가.

 

 

송악산 가는길. 바라본 모슬포 항의 모습.

가는길에 들른 모슬포항의 모습은 마치 강원도 속초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부두에 정박한 많지 않은 배와 그 위에서 춤을 추는 몇몇 기러기들. 그리고 여백이 느껴지는 주변의 풍경들이 실제 내가 어렸을때 가봤던 강원도 속초시의 모습과 흡사했다. 길을 헤맨들 어떠한가! 헤맨덕에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할 제주도 구석구석의 풍경들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는걸!



 

 

모슬포항을 거쳐 송악산 가는길.



어느덧 나는 제주도에서 홀로 여행을하며 기억에 남은 길 중 한 곳을 걷고 있었다. 오른쪽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바다가, 왼쪽에는 낮은 건물들이 간간이 보이는 한적한 시내, 그리고 내 앞으로 올곧게 쭉 펼쳐진 한줄의 길. 날씨가 좀 흐리고 바람이 세긴 했지만, 궂은 날씨 덕분에 두껍게 층을 이룬 구름사이로 보이는 빛줄기들이 장관을 이룰 수 있었다. 나중에 여행을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이 한적하고 아름답고 많은 사람들이 밟아보지 못했을 법한 여기 제주도 둘레길을 한번 꼭 걸어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가는길에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이 줄 곧 송악산인줄 알고 걸었다. "저기 보이는 저 곳이 바로 송악산이다! 거의 다왔다!"라고 블로그에 쓸 요량으로 찍은 사진인데..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라는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기점이기도 하다.

 

 

알아둬야할 건 단 하나. 여행안에는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생도 그렇겠지만, 여행을 하게되면 느낀다.
여행안에는 너무나 많은 Possibilities 가 혼재해 있다라는 것을 말이다. 계획이 있으면 계획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힘든 순간 이후에는 예상치도 못하게 반드시 좋은 순간들이 찾아온다. 공복에 길을 잃고 헤매 순간 짜증도 밀려 왔었지만 다시금 시내에 들어서서 찾은 모슬포 우체국 옆에 위치한 파리바게뜨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다가왔다. 물론 야심차게 고른 샌드위치에는 어울리지도 않게 간장에 절인 깻잎이 들어있어 맛에 신세계를 느꼈었지만..그치만 송악산 입구 바로 맞은 스타벅스에 앉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 홀짝거리며 지나온 여행일정을 노트에 적는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는건 아마도, 앞서 겪은 어렵고 짜증나고 맛없었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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